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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10대 교회, 연간 식비 100만달러 ‘훌쩍’

남가주 10대 한인 대형교회의 식사 예산이 연 100만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나성영락교회 등 10대 대형 교회를 대상으로 ‘주일 식사 배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교회의 연 식비 총액은 106만3750달러였으며 연 117만7800그릇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그릇당 0.90달러 꼴이다. 식사 준비에는 매주 365명, 연인원 1만8980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됐다. 이들의 임금을 최저임금 8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1주 3만2760달러, 연 170만3520달러에 해당된다. 식사 예산에 숨어있는 인건비를 합하면 대형교회 식사 가치는 연 270만달러를 넘어선다. <관계기사 Religion& 섹션> 교회 식사에 대해 처음으로 이루어진 이번 조사는 식비 예산을 비롯해 음식량, 쌀 소비량, 대표음식, 주방인력까지 포괄적으로 포함됐다. 이번 조사는 그간 어림잡아 ‘많을 것’이라고 알려졌던 교회 식비의 구체적인 금액이 산출된 데 의미가 있다. <도표 참조> 이들 교회의 쌀 소비량은 20파운드 포대 기준으로 연간 1만1050개(총 22만1000파운드)로 조사돼 한인 교회들의 높은 쌀 구매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미국쌀연합(USA Rice Federation)에 따르면 미국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4파운드. 이를 기준으로 하면 한인 10대 교회 1년 쌀 소비량은 ‘빅 베어’시 주민(6142명)을 약 2년간 먹일 수 있는 양이다. 쌀 소비량이 가장 많은 LA 인근 음식점 중 하나인 북창동 순두부 본점이 1주에 2250파운드의 쌀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10대 교회의 연 쌀 소비량은 이 음식점의 1년 10개월치 소비량과 맞먹는다. 식비를 가장 많이 쓰는 교회는 나성영락교회로 연간 40만 달러를 지출했다. 그 뒤를 ANC온누리교회(13만 달러), 남가주사랑의 교회(12만4800달러)가 이었다. 나성영락교회는 매주 4700인분을 만들어 조리량도 가장 많았다. 쌀 소비량으로는 남가주사랑의교회가 매주 20파운드 짜리 40포대로 최다였다. 정구현ㆍ이상배 기자

2010-12-07

['밥공동체' 사랑] 불교 "인연으로 밥 지어요"

어느 종교나 함께하는 식사는 중요하다. 불교에서는 밥 먹는 것도 공양(예배)이라고 한다. 식사 전 암송하는 '공양계'는 밥을 '한 방울의 물에도 부처님의 은혜가 스며있고 많은 사람의 노고가 담겨있다'고 정의한다. 성당에서는 대개 미사 후 밥을 주진 않지만 특별한 날에는 함께 식사한다. 이슬람은 독특하다. 먹지 않음으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나눔의 의미를 되새긴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중 단식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조사대상으로 삼은 LA한인타운내 사찰 성당 모스크 모두 1회용 그릇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불교=LA한인타운 사찰중 하나인 달마사에서는 매일 절밥을 공양한다. 하루 3차례 기도시간이 끝나면 누구에게나 음식을 대접한다. '절밥 인심'이라는 말은 LA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반드시 식사 시간은 지켜야 한다. 모두 함께 먹고 함께 수저를 내려놓아야 한다. 매주 일요일 점심때 가장 많이 공양한다. 평균 60명 정도다. 달마사 주지 성채 스님은 "인연으로 밥을 짓는다"고 사찰 음식을 정의했다. 연간 밥 값으로 4만 달러를 쓰고 모자라는 몫은 신도들의 보시로 채우고 있다. 절밥 메뉴는 온통 자연식이다. 달마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시금치와 숙주 도라지 고사리 가지 오이가 재료다. 양념은 냄새가 강한 마늘 양파 부추 파 등 오신채를 쓰지 않는다. 국도 육수를 내지 않고 만든다. 양념 없는 음식이 무슨 맛이 있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불자들의 설명이다. 이 절에서 명복보살로 불리는 한 여성 신도는 "처음에는 마늘과 파 없이 무슨 맛으로 조리를 하나 싶었지만 강한 맛이 없으면 오히려 재료 그 자체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몸에 좋은 웰빙 음식이지만 성채 스님식 표현에 따르면 금방 배가 꺼진단다. 그래서 많이 먹어야 한다. 적당량만 만들고 적량만 먹기 때문에 쓰레기도 적다. 남는 음식은 이 절에 날아드는 비둘기 몫이다. ▶가톨릭=LA의 성 바실 한인성당 신자들은 미사 후 밥을 팔아 그 수익금으로 성당 건축이나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고 있다. 성당에서 매주 200달러를 보조해주고 나머지는 신자들이 각출해 음식을 만든다. 1인분에 2달러씩 받는다. 보통 반찬 3~4가지에 국과 밥을 접시에 담아준다. 3개 조가 돌아가면서 매주 250명분을 만든다. 이 성당에서는 매년 4차례는 성당에서 전 신자에게 무료로 밥을 대접한다. 새해 첫날과 부활절 추석 등은 특별한 날이다. 신자의 절반인 600명이 함께 먹는다. 주메뉴는 떡국 비빔밥이다. ▶이슬람=LA한인타운 4가와 버몬트 인근에 있는 남가주이슬람센터에서는 매주 토요일 예배 후 신도들이 함께 점심을 먹고 커뮤니티 주민들에게 곳간도 연다. 이 모스크에서는 호프넷에서 지원받은 캔 음식을 200명에게 나눠준다. 최대 축제이자 신성한 절기인 '라마단'은 무슬림 식사 나눔의 핵심이다. 코란 2장 185절에 명시된 '라마단 달을 맞아 단식하라'는 구절을 지켜 30일간 해뜰 때부터 해질 녘까지 금식한다. 그 시간 중에는 물도 마실 수 없고 입으로 섭취하는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남가주이슬람센터 지도자 지하드 터크씨는 "라마단은 신도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금식을 통해 가난한 자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두번째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모스크에서는 30일간 매일 밤 금식이 끝나는 네번째 예배시간에 500~600명의 신도들이 함께 허기를 달랜다. 이 음식을 '이프타르'라고 한다. 일반 예배 후에 주는 식사는 국제적이다. 다양한 인종이 모이기 때문에 각 나라별 고유 음식이 모두 식탁 위에 오른다. 터크씨는 "샐러드 케밥 아프간 전통음식 팔라오 이란식 카레 등 이슬람 문화권 음식은 물론이고 샌드위치나 덮밥 종류도 있다"고 말했다. 밥 값은 1인당 10달러선으로 모스크가 부담한다. 정구현 기자

2010-12-07

['밥공동체' 사랑] 미국 교회서도 점심 식사 줄까?

미국 교회에서도 밥을 줄까. '아니다'와 '그렇다'는 대답 모두 가능하다. 먼저 '아니다'의 경우. 교인수 1만명을 넘어서는 메가 처치들은 밥을 줄 형편이 못된다. 지난 9월 기독교 월간지 '아웃리치'가 발표한 미국 100대 대형교회에서 1위에 오른 레이크우드 교회는 그 이유를 '물리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회 교인 수는 4만3500명이다.이 교회 사무국 로라 존스씨는 "4만 명이 넘는 식사를 교회에서 한꺼번에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신 각 교구나 그룹별로 음식을 가져와 나눠 먹는 형태로 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는 1000명 단위의 중형교회들에 해당된다. 이들 교회는 식사를 만든다. 하지만 한인 교회와는 그 대접 범위가 다르다. 한인 교회가 '우리끼리'라면 미국 교회는 '다 함께'다. 샌버나디노에 있는 교인수 7000여 명의 '더 락 처치 & 월드 아웃리치' 교회는 커뮤니티를 위해 밥을 만든다. 이 교회 행정담당 프레드 애덤스 목사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8시부터 3시간 동안 음식을 커뮤니티에 나눠주고 있다"며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각 배포처에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회에서는 주일에도 식사를 만들지만 늘어선 대열에서 정작 교인들은 찾기 어렵다. 애덤스 목사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교인들이 양보한다"며 "교인 중 식사를 먹는 이들은 나중에 형편이 나아지면 기부자나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고픈 자를 먹이고 목마른 자를 축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너와 나를 구별하지 않는 나눔과 그 나눔의 덕으로 일어선 후에는 베푸는 자로 나눔에 동참하는 이 교회 식사 사역의 선순환 구조는 한인 교회 밥의 다음 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2010-12-07

['밥공동체' 사랑] 2500인분 국밥, 25명이 뚝딱 "일당백이죠"

"타다탁탁 타타닥." 경쾌한 도마위 칼질 소리가 리듬을 타나 싶더니 뿌연 육수 연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장로님 여기 좀 도와주세요." 오가는 목소리들이 숨 돌릴 틈 없이 주인을 찾고 있는 사이 주방 한 켠에 선 고소한 밥 익는 냄새가 꿀꺽 침을 삼키게 한다. 세월이 만든 흠집에 다소 윤을 잃었지만 50인분짜리 밥솥 8개 모두 묵직하게 수증기를 뿜어냈다. 지난 5일 오전 9시 점심 준비에 한창인 ANC 온누리교회(담임목사 유진소)의 주방 모습이다. 식사 메뉴는 소고기무국. 부흥회와 임직예배를 겸한 날이라 평소보다 많은 2500인분을 준비 중이다. 한 켠에서는 전날 미리 삶아놓은 고기 덩어리를 보기 좋게 썰고 한 켠에서는 대형 국통 앞에서 맛을 내느라 다시마 무우와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방팀은 모두 25명. 한 명당 100명분을 준비하는 셈이다. 말 그대로 일당백이다. 9시 30분 1부 예배를 끝낸 교인들이 식당으로 속속 들어오자 식사팀은 그간 쌓아놓은 국밥그릇에 육수를 담아냈다. 이 교회 주일 식사 메뉴는 대부분 국밥 종류다. 반찬은 국밥에 맞는 김치가 전부다. 얼핏 허술해 보이지만 그릇 넘치도록 가득 올린 고기 고명과 진한 육수가 담긴 국밥은 입맛을 돌게 하기 충분하다. 국밥을 주 메뉴로 정한 이유는 그릇과 숟가락 때문이다. 올해부터 1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스테인리스 그릇과 숟가락 5000여개를 구입했다. 그릇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메뉴가 국밥이었다. 김동욱 식사담당 장로는 "처음 그릇을 살 때 비용과 설거지에 대한 부담이 컸다. 하지만 그릇을 쓰면서부터 1회용 그릇 사용 때보다 쓰레기량이 3분의 1까지 확 줄었다"고 말했다. 또 김 장로는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바꾸고 나서 1회용 용기 때보다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덧붙였다. 쓰레기량이 줄어드니 예산도 절감됐다. 그리고 그 혜택은 교인들에게 돌아갔다. 종전 2달러였던 밥 값을 1달러로 내렸다. 물론 메뉴의 질은 종전과 동일하니 시너지 효과가 크다. 이 교회에서는 급행으로 배식 받는 창구가 따로 있다. 연로한 어르신들의 모임인 '모세공동체'를 위한 특별창구다. 때문에 어르신들은 줄을 기다리는 수고 없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준비는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공동체 별로 분담한다. 이날은 터키와 과테말라를 위한 공동체 식구들이 준비했다. 토요일에 대부분의 음식 재료 준비를 마치고 주일에는 식사배급과 뒷정리를 한다. 이틀간 노동 시간만 10시간을 넘기는 강행군이다. 하지만 주방에서 찡그리는 얼굴은 찾아볼 수 없다. 한재성 장로는 "교회의 본질은 섬김이다. 섬김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하는 사람들도 기꺼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주방내 남녀의 비율은 반반이다. 대부분 부부가 함께 일을 하기 때문이다. 무겁고 힘든 일은 대부분 남성이 세심하고 꼼꼼함이 요구되는 작업은 여성들이 맡는다. 이들에게 '밥'은 어떤 의미일까. 한재석 집사는 "하나님과 개개인이 기도를 통해 만나는 것이 수직적 종교생활이라면 밥은 성도들과 함께하는 수평적 종교생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늘과의 긴 수직선 중간에 좀 더 가까운 신도간의 수평선을 그으니 십자가였다. 교회 주방에서 보이지 않는 십자가를 찾았다. 이상배 기자 kongfriend@koreadaily.com

2010-12-07

['밥공동체' 사랑] 봉사자들 토요일부터 준비…대표메뉴는 설렁탕

밥 한 그릇에는 10개 대형 한인교회 각각의 속내가 담겨있다. 교회 살림살이부터 열성 교인 수까지 읽을 수 있다. 밥값도 교회별로 차이가 났다. 무료배식을 하는 교회는 4개 교회에 그쳤고 나머지는 1~2달러씩 실비를 받고 있다. 공통점은 메뉴의 다양화와 체계적인 인력 운영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회별 특징= 연간 예산 지출 규모 1위는 나성영락교회로 40만 달러를 쓴다. 10개 교회 전체 예산 총액의 37.6%를 차지했다. 조사 교회 중 유일하게 인건비를 주고 전문 주방장을 고용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예산 대비 가장 비싼 밥(1인분당 1.63달러)을 만든다. 밥값도 1인분에 2달러로 최고액이다. 나성영락교회에 이어 조리량 2위(주간 4500그릇)인 남가주 사랑의 교회는 밥값을 받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쌀 소비량도 매주 20파운드 40포대로 1위를 차지 밥 인심이 가장 후했다. 가장 경제적으로 밥을 만드는 곳은 에브리데이교회로 그릇당 0.42달러였다. 메뉴는 타 교회와 큰 차이가 없지만 음식재료를 도매로 받아 예산을 줄였다. 베델한인교회는 유일하게 케이터링 주문과 주방 조리를 병행한다. 평일에도 밥을 주는 교회는 모두 4곳으로 나성영락교회와 베델한인교회 주님의영광교회 ANC온누리교회다. ▶메뉴 특색= 10대 교회의 공통 메뉴는 비빔밥과 국수 된장찌개 국밥 갈비탕 설렁탕 등이다. 상대적으로 만들기 쉽고 먹기 간편한 음식들이다. 공통메뉴 외에 각 교회는 다양한 별식을 자랑한다. 나성영락교회는 식단 가짓수 면에서 전문요리사를 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곳의 차림표는 팔보채에 갈비찜 초밥 등 20여 가지에 달한다. ANC온누리교회도 만만치 않다. 한방 갈비탕과 알밥 등 전문점 메뉴는 물론 수요예배 때에는 직접 피자를 만든다. 남가주사랑의교회는 아이들을 위한 별식으로 파스타와 떡볶이 자장면 카레 등 분식류를 내놓는다. 은혜한인교회에서는 대표 메뉴인 쇠고기국밥을 '은혜국밥'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에브리데이교회는 감칠맛 나는 육수가 자랑이다. 일체 조미료를 쓰지 않고 양파껍질 파뿌리를 넣어 끓인다. 인랜드교회는 무짠지가 유명하다. 이 교회는 봄철이 되면 무우 50박스 분량을 풀어 대표음식인 무짠지를 담그느라 바쁘다. 단일 메뉴만 고집하는 교회도 있다. 주님의영광교회는 일요일에는 우동만 만든다. ▶주방 운영= 조리는 토요일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교회 주방에서는 토요일 음식재료를 준비하고 조리는 일요일에 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평균 조리시간은 이틀에 걸쳐 12시간 안팎이다. 10개 교회 주방 인력 1명이 담당하는 평균 조리량은 83명분이다. 일이 많고 힘들다 보니 고충도 많다. 베델한인교회 윤성로 장로는 "식당 사역은 군대 훈련만큼 체력적 소모가 크다"며 "보람과 사명이 없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고생스러운 일임에도 나성영락교회를 제외한 9개 교회 주방은 자원봉사자들이 움직인다. 주방인력은 남가주사랑의교회가 80~100명으로 가장 많다. 인력대비 조리량이 가장 많은 교회는 에브리데이교회로 1명당 100명분을 만든다. 각 교회들은 주방 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과 작업을 체계적으로 배치하고 분류해 운영하고 있다. 소수의 전문 주방담당자들을 주축으로 각 교구별로 조를 짜 돌아가면서 봉사한다. 조리시에는 재료 다듬기와 국 끓이기 밥 짓기 등 업무를 분담해 인원을 배치한다. 정구현 기자

2010-12-07

'애찬'은 예배의 한 부분, 역사와 의미…'밥 공동체' 사랑, 100년 전부터 나눴다

밥은 한국인에게 생명이다. 더운 김 모락모락 나는 쌀밥 한 공기에는 사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절대가치가 담겨있다. '끼니를 나누는 사이가 식구'라는 선조의 가르침부터 이른 새벽 더운 밥을 짓는 어머니의 정성까지 모락모락 피어난다. 그 독특한 우리 DNA속 밥 한 공기는 교회라는 종교공동체를 만나면 한층 더 살가워진다. 주일이면 각 교회들은 형편대로 한 그릇씩 점심을 대접한다. '꼭 줘야 하나'라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대다수는 '신도간의 교제를 위한 배려'라는 데에 공감한다. 교회 특별히 한인 교회의 밥 한 공기에는 우리가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이민 역사와 신학적 의미가 숨 쉬고 있다. 또 땀 흘려 밥을 짓는 공동체적 희생과 정성 아끼고 덜 버리는 경제적 환경적 측면도 들어있다. 교회 밥을 '뜸을 들여' 취재했다. 한국 교회의 무서운 성장에는 '밥심'도 한 몫 했다. 밥을 나누면서 생성된 공동체 의식은 교회 발전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그 시초는 언제부터일까. 최초의 기록을 찾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독립기념관 국사편찬위원회 데이터베이스를 교차 검색했다. 1896년 4월 7일부터 1950년 9월 14일까지 오래된 신문을 뒤졌다. 정확한 효시를 찾진 못했지만 한국 교회와 밥은 2세기 전부터 함께 해왔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 113년 전인 1897년 5월 11일자 독립신문은 "지나간 일요일(9일)에 조선 서울 미미 교회(현 정동제일교회)에서 주일 전도를 하였는데…오후에는 애찬을 배설하야 형제 자매들이 서로 사랑하는 연회를 하고…"라고 보도했다. 애찬은 성찬식 후 함께 모여 음식을 먹는 잔치를 뜻한다. 남녀가 유별한 당시 시대상에 비춰볼 때 교회의 점심 식사는 관습마저도 뛰어넘은 파격적인 나눔이었다. 태평양을 건너온 한인교회에서 밥이 차지하는 역사적 의미는 더욱 크다. 하와이에 처음 이민 온 한인들은 교회부터 세웠다. 한국 내 종교 공동체의 '한솥밥'을 불교 사찰이 선점했다면 미국에서는 한인 교회가 주도한 셈이다. 그 최초 기록은 9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5년 12월9일자 신한민보가 증언한다. 3면 '디방(지방) 통신'란에 샌프란시스코 상항한인교회의 추수감사절 소식이 실렸다. "물질적으로는 내놓을 것이 없지만 정신이 건강함은 감사할 일이라. 동포들은 예배당에 모여 각각 한 그릇 과실을 가져 축하했다"고 전했다.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살림살이는 나눔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92년 전 LA 교회서도 밥을 줬다. 신한민보 1918년 6월 6일자 '잡보(단신)'란에 따르면 5월 26일 '로선잴쓰(로스앤젤레스) 교회'는 공원에서 복음회 겸 친목회를 열었다. 신문은 이날 메뉴가 "우리 국민의 특이한 음식인 딤채(김치)"라고 적고 있다. 거의 100년 전 한인 교인들은 미국 한복판 공원의 파란 잔디 위에서 야유회를 즐기며 당당히 김치를 나눠먹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같은 해 4월 6일 '으리벗사이드(리버사이드) 한인교회'는 타인종과도 한솥밥을 먹었다. "미국인 교우와 정답게 모이기 위해 애찬회를 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인과 미국인이 각각 20명씩 모인 조촐한 파티였다. 그 이유가 뜻깊다. 어학(영어)을 가르치던 미국인 '맨 여사' 등 3명을 대접하는 자리였다. 특히 맨 여사에 대해선 "나히 늘ㄱ어(나이 늙어) 우리 교회를 도읍난고로(도운고로)"라고 감사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역사 속에서 민족적 인심이 교회 밥을 넉넉하게 했다면 나누는 근본 이유는 성경 속에 있다. 미주장로회신학대학의 이상명 교수는 "교회에서 왜 밥을 주는가에 대한 답은 사도행전 2장과 6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힘 쓰니라"는 구절이다. 이 교수는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자면 식사는 단순한 교제의 도구가 아니라 예배의 한 부분"이라며 "나눔과 구제는 예배를 통한 효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구현.이상배 기자

201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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